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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뿌려진 내추럴 와인의 씨
작성일 2018.03.29 조회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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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뿌려진 내추럴 와인의 씨

 

[살롱 'O' 행사장 모습]
 

지난 3월 16일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 전시회인 살롱 오 2018(Salon O 2018)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한국에서 내추럴 와인 시장은 2017년 기준 2배 성장했다. 살롱 오 2018에는 재불화가 유희숙의 작품과 함께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포르투갈, 스페인의 26개 지방 75개 와이너리가 생산한 내추럴 와인이 전시됐다. 더불어 메종조의 사퀴트리, 나비즈의 올리브오일, 오월의 종, 삶애 농장, 둘러 앉은 밥상, 실미원, 효덕 목장&썬러브의 제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살롱 오(Salon O)는 파리에서 활동 중인 최영선 비노필(Vinofeel)대표가 2017년 시작한 국내 유일한 내추럴 와인 전시회다. 전시회 이름의 ‘오’는 숫자로 ‘0’즉, 무첨가를 의미한다. 내추럴 와인은 전 세계 생산되는 와인의 약 1%를 차지하며, 한국에서는 2017년 전년도 대비 2배 성장한 와인 범주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이 내추럴 와인의 개념과 차이점을 명확히 모르는 게 현실이다. 

 

내추럴 와인의 권위자이자 마스터 오브 와인인 이사벨 레제롱(Isabelle Legeron MW)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최소한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양조 과정 중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또한 어떠한 것도 따로 제거하지 않고 발효한 와인이다”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내추럴 와인 생산자는 정제 및 여과하지 않은 와인을 병에 담는다. 다만 병입 후의 안정성을 위해 병입 단계에서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첨가한다. 물론 일부 생산자들은 이 극소량마저 넣지 않은 무황 와인(Les vins S.A.I.N.S. (Sans Aucun Intrant Ni Sulfite))을 만든다. 그럼 이 내추럴 와인은 과연 누가 언제 시작했을까?

 

사실 내추럴 와인은 인공 효모와 각종 와인 첨가제가 사용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 <와인계의 오래된 미래>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내추럴 와인은 효모 학자인 줄 쇼베(Jules Chauvet, 1907~1989)가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고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내면서 시작됐다. 쟈끄 네오포르(Jacques Néoport)가 줄 쇼베의 업적을 알리는 데 애를 쓰면서 1970년대 마르셀 라삐에르(Marcel Lapierre), 삐에르 오베르누와(Pierre Overnois), 다르 앤 리보(Dard & Ribo)로 이산화황을 덜 쓰는 와인 생산 방법이 이어지게 된다. 1980년대, 제라르 샤브(Gérard Chave), 드 빌렌(De Villaine), 쟈끄 레이노드(Jacques Reynaud), 앙리 자이에(Henri Jayer), 라모네(Ramonet) 등이 이산화황뿐만 아니라 와인 양조 과정에 그 어떤 첨가제도 쓰지 않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장 삐에르 로비노(Jean-Pierre Robinot)가 파리에 최초의 내추럴 와인 전문 바(Bar)인 랑쥬 뱅(l’Ange Vin)을 열며,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Vin de Nature)’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1990년대 파리에 20개 정도이던 내추럴 와인 가게, 와인 바 및 레스토랑은 현재 파리 시내에만 380개이며, 주(週) 단위로 증가 중이다.

 


[내추럴 와인 기자 간담회에 모임 와인생산자들]

 

2017년 내추럴 와인 헌장(Natural Wine Charter)을 정립하기 위해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국립 원산지 품질 협회(INAO, Institut National de l'Origine et de la qualité) 및 세관 관계자를 만났지만, 일반 와인 협회의 로비로 관련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공식적인 내추럴 와인 헌장은 없지만, 이를 대신해 국가 혹은 지역별로 구성된 내추럴 와인 생산자 협회가 소비자들에게 내추럴 와인의 품질과 안정성을 확인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내추럴 와인 협회로는 프랑스의 르네상스 데 아펠라시옹(Renaissance des Appellations)과 이탈리아의 비. 테(Vi. Te, Vignaiolie Territori)등이 있다.

 

과연, 내추럴 와인은 다른 와인과 어떤 점이 다를까? 일단, 와인을 일반 와인(Conventional Wine),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와인(Organic & Biodynamic Wine), 그리고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으로 분류해보자. 일반 와인은 포도 재배 시 제초제 및 화학 비료가 사용되고, 인공 배양 효모를 사용하며, 와인 양조 과정 중 이산화황(150~200mg/L)을 첨가한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400종의 첨가물이 허용된다.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포도 재배 시 제초제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공 배양 효모를 허용하며, 이산화황(유기농법 와인은 100~150mg/L,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70~90mg/L)을 첨가한다. 내추럴 와인은 최소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쓰며, 자연 효모로 발효하고, 이산화황은 넣지 않거나 병에 담기 직전 최소량(최대 레드는 30mg/L, 화이트는 40mg/L까지 허용)을 첨가한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젖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와인을 병에 담기 전 여과와 정제 작업을 하지 않는다.

 


[보르도 내추럴 와인 샤토 르 퓌]

 

와인 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이 운송에 약하고, 장기 숙성이 안 될 거라 오해한다. 2014년부터 한국에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고 있는 최영선 대표는 오해의 원인이 초창기 수입된 일부 잘못된 내추럴 와인과 운송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당시엔 내추럴 와인의 탈을 쓴 나쁜 와인이 시장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2015년과 2016년 국내 냉장 운송된 내추럴 와인이 항구에서 해체되는 1~3일 동안 냉장 상태를 유지하지 않아 열화됐다고 한다. 현재는 해체 기간에도 냉장 온도를 유지해 현지와 큰 차이 없는 내추럴 와인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다. 방한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에 따르면, 땅과 자연의 힘을 최대한 북돋운 경우, 180살 먹은 포도나무의 생산력이 30살 된 나무와 같다고 한다. 이런 포도나무의 열매로 빚은 와인은 그 어떤 와인보다 <건강하게 살아 있는 와인>으로 장기 숙성에 유리하단다. 그들은 얼마 전 1952년부터 1959년산 내추럴 와인을 블라인드 시음했는데, 대부분이 와인의 실제 나이보다 15~20년 정도 젊게 판단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프랑스를 예를 들면, 내추럴 와인은 원산지 통제 명칭(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은 뱅드뻬이(VdP, Vins de Pays)나 뱅드따블(VdT, Vins de Table)을 받는다. 내추럴 와인 계의 슈퍼스타인 알렉산드르 방(Alexandre Bain)은 AOC를 잃어도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포도, 자연, 와인, 와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 와인 소비자를 향한 존중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들은 가능한 인간의 간섭을 줄이고 테루아와 빈티지 특성을 고스란히 옮기는데 온 힘을 다한다. 자연이 포도에 준 생명력에만 의지하다 보니 때로는 와인을 전혀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더 정교한 미세 테루아와 기후 반영을 담은 다양한 뀌베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구트 오가우(Gut Oggau)의 스테파니와 에두아르트 체페(Stephanie and Eduard Tscheppe)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포도재배부터 와인 병에 담음까지 신중하고 치밀하게 내린 수많은 결정, 그 배경에 깔린 철학을 헤아려 봐주길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끌로 마조뜨(Clos Massotte)의 피에르 니콜라(Pierre Nicolas)는 내추럴 와인은 많이 팔기 위한 와인도 아니고, 단순히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다는데 중심을 두는 와인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와인이 탄생된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 닿는 일이 자신에겐 판매보다 더 의미 있다고 전한다.

 


[왼쪽부터 까오르 지역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 내추럴 화이트 와인 색] 

 

그럼 내추럴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뭘까? 내추럴 와인은 병에 담기 전 정제 및 여과하지 않기 때문에 뿌옇기도 하다. 따라서, 각자 취향에 따라 세심하게 디캔팅 하거나 이와 반대로 침전물을 고르게 섞어 즐길 수 있다. 최영선 대표와 내추럴 와인 생산자는 침전물을 흔들어 마실 때 맛이 더 좋다고 말한다. 내추럴 와인 적정 음용 온도에 관해서는 생산자들 간 견해 차가 있었다. 현재로서는 탄산 침용(Carbonic Maceration)을 한 내추럴 와인은 차게 즐기면 좋다. 다른 내추럴 와인은 일반 와인과 같거나 혹은 약간 높은 온도에서 마시면 좋다. 내추럴 와인은 코르크를 뺀 뒤 바로 좋은 상태일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혹은 한 달 심지어 3달이 지난 뒤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을 많이 마셔본 와인 애호가라면, 이점을 내추럴 와인의 문제가 아닌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에게는 이런 현상을 받아들일 시간이 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기자는 살롱 오 2018 취재 현장에서 내추럴 와인의 인기에 한번, 옥석을 가려낸 수입사의 선택에 두 번 놀랐다. 여전히 기자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점과 폭넓은 시음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기자는 “일반 와인에 넣는 첨가물과 이산화황에 대해 내추럴 와인의 오류를 지적하려는 의도와 시각을 똑같이 적용해봤냐?”는 알렉산드르 방의 반문에 말문도 막혔다. 솔직히 처음엔 내추럴 와인이 와인 세계에 불어온 한때의 유행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예상보다 쉽게 꺼지지 않고 있으며, 더 많은 애호가가 내추럴 와인이라는 새로운 와인 범주를 인지하게 하는 씨를 뿌리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내추럴 와인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다.

 

 

정수지 기자 / 와인21닷컴


원문 기사보기 >> http://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1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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